[박근종 칼럼]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사교육비, 더 줄이고 선명해진 교육 격차 해소해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6-03-14 1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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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최근 4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던 초·중·고교 학생 사교육비 총액이 2020년 이후 5년 만에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경기 양극화와 학령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2025년도 사교육을 받는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60만 원을 넘어섰다. 특히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만을 기준으로 보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0만 4,000원으로 2024년보다 2.0% 증가했다. 학교급별 참여 학생 기준 지난해 사교육비는 초등학교 51만 2,000원, 중학교 63만 2,000원, 고등학교 79만 3,000원으로 집계됐다. 무엇보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 기준 1인당 지출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가구 소득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크게 늘어 격차가 고착화(固着化)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3월 12일 교육부와 함께 발표한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초·중·고교 학생 사교육비 총액은 2024년 29조 1,919억 원 대비 1년 새 1조 7,000억 원(5.7%) 낮은 27조 5,351억 원으로 5년 만에 감소했다. 초등학교 12조 2,000억 원, 중학교 7조 6,000억 원, 고등학교 7조 8,000억 원으로 모든 학교급에서 줄었으며 감소 폭은 초등학교(7.9%)가 가장 컸다. 내수 경기 침체가 사교육 수요 축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사교육으로 월 100만 원 이상을 지출한다는 비율이 늘어난 데 반해 20만~100만 원을 지출한다는 비율은 줄어 ‘사교육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같은 기간 초·중·고교 전체 학생 수는 513만 명에서 502만 명으로 12만 명(2.3%) 줄었다. 사교육비 감소 폭은 학생 수 감소 폭보다 더 컸다. 사교육 참여율도 3.5%포인트 하락했지만 1인당 월평균 지출액은 되레 늘었다. 전체 참여율은 75.7%로 전년보다 4.3%포인트 하락했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84.4%, 중학교 73.0%, 고등학교 63.0%였다. 주당 사교육 참여 시간은 7.1시간으로 0.4시간 줄었고 초등학교 7.4시간, 중학교 7.2시간, 고등학교 6.6시간이었다.

교육부가 전국 약 3,000개 학교 학생 7만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사교육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열풍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그 바탕에는 공교육의 구조적인 문제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초등 의대반’ 등 극단적인 선행 학습과 중학교에서 수능 기본과목을 미리 끝내려는 수요가 늘면서 사교육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사교육 열풍의 바탕에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채워주지 못하는 공교육의 한계에다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 사다리’의 단절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크게 작용한다. 더 큰 문제는 사교육비 지출 금액 간, 지역 간 ‘양극화(兩極化 │ Polarization)’가 더욱 심화(深化)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소득층의 사교육비 지출은 늘어나고 있는데, 반면 저소득층은 경제적 한계로 사교육 포기로 내몰리고 있다.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가 말해 주듯 4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던 사교육비 증가세가 꺾인 것은 긍정적 변화다. 그러나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가계가 마지막으로 줄이는 소비가 사교육비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내수 침체가 심각하다는 방증(傍證)이기 때문이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1인당 사교육비가 오히려 늘고, 소득수준에 따른 사교육비 차이가 벌어진 점도 양극화 우려를 키운다. 막대한 사교육비 부담의 병폐는 말로 이루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다.

무엇보다 가계의 ‘가처분소득(Disposable income)’을 갉아먹어 내수 침체를 가속화(加速化)할 우려가 크다. 합계출산율 0.8명 대라는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생을 야기(惹起)하는 핵심 원인이기도 하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2월 25일 발표한 ‘2025년 인구 동향 조사 출생·사망통계(잠정)’를 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5만 4,500명으로 전년 대비 1만 6,100명(6.8%) 늘었다. 2024년(8,300명)에 이어 2년 연속 증가 2025년 ‘합계출산율’은 0.80명으로 2023년 0.72명을 저점으로 2024년도 0.75명에서 0.05명 늘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 등 교육단체들이 이날 성명에서 사교육 양극화 해소와 공교육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득수준별 격차도 문제다. 월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의 사교육비는 66만 2,000원으로 전체 구간에서 가장 높았고, 참여율 역시 84.9%로 최고였다. 사교육비로 100만 원 이상을 쓴다는 가구도 11.6%로 전년보다 늘었다. 반면 월 소득 300만 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비는 19만 2,000원으로, 800만 원 이상 가구의 29%에 불과했다. 사교육 참여율도 월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의 83%와 월 소득 300만 원 미만 가구는 52%로 큰 차이를 보인다. 사교육이 소득수준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사교육비 지출 격차는 계층 이동 사다리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역별 양극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 지역은 사교육비로 월 100만 원 이상 지출한 비중이 서울 전체 학생의 24.6%로 전국 평균(11.6%)의 2배에 달해 지역별 학력 격차가 심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읍·면 지역 학생 중 월 100만 원 이상을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이들의 비중은 읍·면 전체 학생의 4.4%에 불과했다. 이처럼 서울 학생의 사교육비는 읍·면 지역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교육 불균형이 지역과 소득에 따라 고착되는 모습이다. 성적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현상도 여전하다.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사교육 시장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사교육 시장의 양적 팽창이 멈췄다고 결단코 안도할 일은 아니다. 한국은 사교육 시장 비중이 국내총생산(GDP)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사교육 격차는 대학 진학 격차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득과 계층 격차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악순환의 반복으로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아니라 계층 고착의 장치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사교육 병폐를 타파할 해법은 결국 공교육 정상화에 있음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교육부가 이달 발표할 예정인 사교육비 부담 완화 대책에는 학교가 수월성(秀越性)과 맞춤형 교육을 품어내는 공교육의 질적 제고 방안이 담겨야만 한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교육 교부금제도’ 개편도 지체해서는 안 된다. 교육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지만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긴 호흡으로 공교육 정상화라는 기본원칙 아래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사교육을 키운 주범은 부실한 공교육과 수시로 바뀌는 입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반복적 학습 대신 창의적 인재를 키우는 교육 생태계로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공교육 강화를 통해 다양한 교육 수요를 흡수하고, 학년별·교과별 교육 수요를 체계적으로 파악해 개별화된 맞춤형 대책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 기술 발전과 사회 구조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는 ‘AX(AI Transformation │ 인공지능 전환) 시대’ 한 가운데 서 있다. 첨단 인공지능(AI)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AX 시대에 입시 위주인 낡은 교육의 굴레에 갇혀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모는 것이 국가 경쟁력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지 찬찬히 반추(反芻)하며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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