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중동 전쟁 발 ‘고유가 충격’에 추경 추진, 민생경제·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해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6-03-14 16: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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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촉발(觸發)된 중동 전쟁 발(發) ‘고유가 충격’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공식화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월 10일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과 한계기업 지원을 위한 추가 재정 필요성을 언급하며 조기 추가경정예산 검토를 공식화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 3월 11일 ‘비상 경제장관회의’에서 “중동 상황이 민생과 경제·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추경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정책 수단을 활용해 충분한 지원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오일 추경’이 기정사실로 굳어지면서 정부 내 논의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로 중동 사태 충격파를 줄이기 위한 ‘벚꽃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현실화하고 있다.

중동 전쟁이 확전일로(擴戰一路)로 격화(激化)하면서 장기화(長期化) 우려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송두리째 뒤흔드는 초유(初有)의 유가·환율·물가 동시 트리플(Triple) ‘복합 쇼크’로 번지고 있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호언장담(豪言壯談)과 달리 전쟁이 열흘이 넘게 지속되면서 교착상태(交錯狀態)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글로벌 경제는 거센 충격파(衝擊波)가 일고 있다. 국제유가와 물가, 환율, 금리가 동시에 치솟으면서 빚어질 ‘경기침체에도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Stagnation + Inflation)’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물가는 오르면서 소비 여력은 줄어들며 서민 경제를 쥐어짜는 ‘스크루플레이션(Screwflation │ Screw + Inflation)’의 압력까지 동시에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중동 전쟁 양상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인 데다, 조기 종전(終戰)이 이뤄지더라도 원유 생산이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민생과 경제·산업 전반에 큰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이를 방치(放置)하고 방관(傍觀)하며 방임(放任)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할 것이다.

현행 「국가재정법」 제89조(추가경정예산안의 편성)에서는 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 ➁ 경기침체, 대량 실업, 남북 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ㆍ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③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하여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에너지 다소비 구조인 한국 경제는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이번 전쟁의 최대 피해국 중 하나로 꼽힌다. 국제 유가는 한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가 지난 3월 11일 80달러 중반대로 떨어졌지만, 언제 다시 폭등(暴騰)할지 알 수 없다. 설령 80달러대로 유지되더라도 중동 전쟁 이전 60달러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33% 정도 더 높다. 중동 전쟁 발발 이후 국내 휘발유 가격은 12%, 경유는 20%나 뛰었다. 원·달러 환율도 지난 3월 11일 1466.5원에 마감했으나 불안정하긴 마찬가지다. 고유가·고환율은 국내 물가를 자극해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취약계층, 소상공인 등 서민이 더 크게 타격을 입는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석윳값 급등이 민생 경기를 어렵게 하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이나 피해 기업을 위한 재정의 역할은 필요하다. 재난은 누구에게나 괴롭지만, 사회적 약자에 피해가 집중된다는 점에서 가장 ‘불평등한 재난’으로 꼽힌다. ‘존 C. 머터(JOHN C. MUTTER)’ 컬럼비아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재난의 상황은 늘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며, 자연보다는 인간이 더 큰 피해를 준다.”라고 역설했다. 그냥 스쳐 지나갈 일만은 아닌 듯하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증권거래세 증가로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할 수 있다.”라는 구윤철 부총리의 말대로 초과 세수에 따른 여력도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추경이 야기(惹起)할 수 있는 부작용이다. 우선 시장 금리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6%에 육박하고, 회사채 금리도 뛰고 있다. 지난 3월 9일에는 회사채(무보증 3년물 AA-) 금리가 4%대를 찍었다. 국제유가가 뛰며 커지는 인플레이션(Inflation) 우려에 국채 금리가 오르며 시장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동 전쟁 정세 불안이 우리 경제에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전쟁 장기화 우려 속에 국제 유가가 출렁이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이 지난달 말 대비 11%, 경유는 18% 넘게 급등했다. 고환율에 고유가가 겹치면서 살아날 기미를 보이던 경제에 찬물이 뿌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국제 유가가 치솟고 환율과 원자재 가격이 요동치면서 중소기업의 시름이 더욱 커지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경기침체와 고금리, 중국의 전방위 저가 공세 등 겹악재에 중동 쇼크까지 덮치며 한계에 다다른 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특히 중동지역 거래처가 있는 수출 중소기업의 피해는 이미 현실화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동에 수출한 중소기업은 1만 3,956곳이다. 전체 수출 중소기업의 14.2%(수출액 기준 5.4%)에 달한다. 군사적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자 물류비가 폭등했고, 일부 국가로의 수출은 우회로마저 차단됐다. 수출 차질에 따른 계약 보류·취소, 대금 미회수 등의 피해를 보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원료비와 물류비의 동반 상승이다. 중동으로 가는 컨테이너의 운임지수는 지난 2월 23일 1,976에서 3월 9일 3,622로 2주 새 무려 83%나 뛰었다. 주요 선사(船社)들이 전쟁 보험료를 대폭 상향 조정하며 비용 부담을 화주(貨主)에게 전가한 탓이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는 것도 문제지만, 조기 종전(終戰)이 되더라도 대기 중인 화물 운송 수요 적체로 물류비 고공행진(高空行進)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에 고환율과 글로벌 공급망 균열에 따른 원료비 압박까지 더해지며 업계의 숨통을 옥죄고 있다. 우리 경제의 허리 격인 중소기업의 부실은 전체 국가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출과 고용 지표 악화는 물론 지역경제 기반 붕괴로 번질 수 있어 정부 차원의 선제 대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미 성장 사다리에 올라 있는 유망 중소기업이 일시적인 유동성 악화에 꺾이지 않도록 민·관이 역량을 총 집주(集注)해 막힌 숨통을 서둘러 터줘야만 한다. 물류비 지원을 위한 ‘수출 바우처(Voucher │ 이용권)’ 확대와 담보력이 부족한 기업을 위한 특례 보증, 무역금융 추가 지원이 급선무(急先務)로 매우 화급(火急)하다. 피해 기업에 대한 정책 자금 투입과 수출 다변화를 돕는 정책 지원도 병행해야 할 긴요(緊要)한 핵심 과제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대비해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등 파격적인 금융 지원책도 사전에 유연하게 선제 검토해야 할 과제다.

더구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부채를 합한 ‘국가채무(D1)’는 2024년 1,175조 원(GDP 대비 46.0%)에서 지난해 1,415조 원(GDP 대비 49.1%)으로 240조 원(GDP 대비 3.1%포인트)이나 급증했다. 정부와 공공기관 부채에 공적연금 충당부채까지 더한 ‘광의의 국가부채(D4)’는 2024년 기준 4,632조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공부문 부채(D3)’에 국민연금 미적립 부채(1,575조 원), 군인연금 충당부채(267조 원), 공무원연금 충당부채(1,052조 원)를 더해 구한 규모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181%로, 국민 1인당 9,000만 원의 빚을 짊어진 셈이다. 이처럼 그동안 나랏빚이 빠르게 늘면서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이어 왔다. 1년 전 2.76% 수준이었던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9일 3.739%로, 국채 3년물 금리는 2.56%에서 3.43%로 뛰었다. 재정적자로 인한 국채 발행이 늘어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추경으로 시장 금리가 더 오르고 물가가 뛰게 되면 서민들의 생계비 부담을 키우게 되고 영세 기업의 자금난을 심화시킬 수 있다. 취약계층을 돕겠다는 추경이 오히려 서민 가계를 더 어렵게 만드는 역설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추경은 의당(宜當) ‘고유가 충격’에 대응하는 ‘민생·에너지 추경’으로 편성해야만 한다. 일률적인 유류세 인하는 에너지 소비가 많은 고소득층에 혜택이 더 돌아가는 만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대신 유가 급등에 가장 취약한 개인과 기업을 정밀하게 겨냥해 지원이 집중되도록 설계해야만 한다. 화물차·택배 기사 등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거나 비닐하우스 농가에 대한 면세유를 지원하고 저소득 취약층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바우처(Voucher │ 이용권)’나 유류세 환급 등 정교한 맞춤형 지원책을 통해 서민 부담을 덜어줘야만 한다. 재원 마련이 관건인데, 법인세·증권거래세 증가 등으로 초과 세수가 예상되는 만큼 최대한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재정지출 확대는 물가 상승 압력을 초래하는 만큼 추경 규모는 물가, 재정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무엇보다 추가경정예산은 경기침체기나 대규모 재난 등의 상황에서 성장률 하락을 막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동시에 물가와 환율 불안을 부채질하고 대외신인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무엇보다 불안정한 지정학적 환경을 고려하면 에너지 위기는 앞으로 상시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일시적인 재정 지원만으로는 이런 위기를 근본적으로 극복하고 해결하기 어렵다. 에너지 수요 억제와 수입처 다변화를 추진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전환에도 속도를 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벚꽃 추경’의 필요성과 방식, 규모는 국제 정세를 면밀하게 살펴 촘촘하고 진중하게 검토돼야 한다. 특히 6·3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인 만큼 선거용 선심 사업의 개입을 원천 차단해야 함은 당연하다. 과거의 숱한 추경이 그러했듯 민생을 위한다는 추경이 나랏빚만 키운 채 정치인 공약 사업 등에 허투루 쓰이는 치둔(癡鈍)의 우(愚)가 재현(再現)돼선 결단코 안 된다. 재정은 국가 경제의 마지막 보루(堡壘)임을 명심해야만 한다. 단 한 푼도 허투루 쓰는 일은 없어야만 한다. 위기 극복의 마중물로서의 추가 재정은 취약층에 대한 선별 지원 등 꼭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적기에 투입해 효과를 극대화(極大化)하는 것이 관건이다. 행여 ‘선거용’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지역 예산 끼워넣기나 선심성 지원 등은 철저히 도려낸 정밀하고 정교한 ‘오일 추경’을 설계해 재정건전성과 민생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모두 잡아야만 한다. 정부는 곳간에서 돈을 빼서 쓰면 누가 이를 채워 넣어야 하는지 늘 가슴에 새기면서 나라 살림살이를 해야 한다. 중동 전쟁 상황을 주의 깊게 지켜보며 시급히 해야 할 일, 나중에 해도 될 일을 잘 구분하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편성하고 집행하는 혜안과 안목을 높이는 지혜를 모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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