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길철 칼럼 > 전형과 자명함이 되자

심귀영 기자 / 기사승인 : 2019-10-03 14:08:32
  • -
  • +
  • 인쇄

아리스토텔레스는 논증의 필요가 없는 전제는 자명함(self-evidence)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셸러(mas ferdin scheler)는 다른 인격이 자기 인격보다 높은 가치를 가질 때 전형(vorbild)이라고 말하며 성자, 천재, 영웅, 그리고 셸러 자신은 예수를 그렇게 함께 칭했다. 객관적 가치로 결여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살아 있는 직관으로 누구에나 감명과 공감을 주는 특정한 가치의 영향력들이 이런 말들로 표현된다.

 


우리나라가 경제발전을 꿈꿀 때 미국이나 유럽의 경제제도와 경영방식은 마치 우리에게 자명성으로 인식되면서 전형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우리가 선진 민주국가로 나아가고 싶을 때 미국이나 영국 등의 자유로운 민주주의가 희망처럼 부러워지기도 했다. 나아가 우리가 기술을 혁신하고 경제적으로 자립을 열망 할 때 일본경제가 보여준 내실 있고 실리적인 나라운영이 전략적으로 배울만한 점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가 3만 달러의 고개에 넘어서자 이제 우리 앞에는 배우고 바라보고 지킬만한 미래로 가는 “자명한 전형”이 보이지 않는다. 글로벌경제 질서의 리더 격인 미국은 주요국을 대상으로 규제와 압박으로 자국의 국익을 만들어내는 완력을 보이고 있고, 영국은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이웃 나라들과의 유럽공동체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있다. 그리고 철저히 실리적 행동으로 때로는 빈축을 사기도 했던 경제동물 일본이 어두운 과거사의 책임을 피하려고 우리나라와 너무도 명백한 경제적 손해를 선택하고 있다.


우리 내부만 하더라도 보수권력이나 진보권력이나 그 속의 민낯은 부족한 인간이 보일 수 있는 천태만상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허접함을 우리는 지난 수년간 허탈하게 지켜보고 있다. 덧붙여 성공한 조부모의 어리고 큰 후손들이 보여주는 끊이지 않는 마약사범 소식은 그저 실소를 자아낼 뿐이다. 하긴 셸러가 얘기한 예수의 종교적 제자들이란 사람들이 여러 신도들이 함께 만든 교회를 자기가 개척했다고 제 자식에게 넘겨주는 못난 이슈도 이 범주를 떠나지 않는다.


과연 이제는 무엇이 우리 삶을 미래로 까지 공조와 협력과 희생의 애착을 가지게 하는 자명하고 전형적인 희망이고 가치일까.


가십(gossip) 같은 얘기지만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얼마 전 이혼을 했다. 그의 전 부인인 맥켄지 터틀이 이혼으로 생긴 366억 달러(40조원 상당)의 재산을 절반이상 기부한다는 더 기빙 프레지 클럽(the giving pledge club)에 서명을 했다고 한다. 2010년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 부부가 만든 이 단체는 2019년 현재 204명의 부자들이 생전이나 사후에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기로 서명한 자선단체이다. 이들의 재산은 머지않아 거의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이는 북한 1년 GDP의 수십 배가 넘는 돈이다. 맥켄치 터틀은 “나는 나에게 맞지 않는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이를 신중히 기부하는데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전 남편 제프 베조스는 1,140억달러를 가진 세계 최고의 부자이고 그녀는 이혼으로 인해 세계 22위의 부자가 되었다.


필요한 물건을 서로 교환하는 경제를 선물경제(gift economy)라고 하는데, 이제 점점 세상은 통 큰 부자들의 선물이 없으면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인류나 지구의 문제는 국가 간의 공조와 협력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사라져 가고 있다.


지금 갑자기 글로벌 제조업이 심각해지고 있다. 우선 미국이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공을 들인 제조업 회복속도가 떨어지면서 9월 지표가 전 달의 49.1에서 47.8로 크게 하락했다. 또한 유럽과 아시아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역시 하락했다.


이는 미중간의 무역전쟁의 여파 등으로 점점 세계교역량이 줄어들고 있음을 암시하는 일이다. 미국의 트럼프는 연준(FRB)이 금리를 올려 달러화를 강세로 만든 탓이라고 금리인하를 촉구했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세계경제는 하나의 질서나 믿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연 선하고 희생적인 리더의 도덕적 행동철학은 어디서 기인할까. 정신과 영혼으로 사는 세계라면 깨달음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물질과 자본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현실의 세계는 누구가의 풍부한 여유(wealth)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지금 수구적 정치인들이 나라를 맡아 경영하는 미국이나 영국이나 일본이나 모두 나라의 경제사정이 아주 어렵다. 정도로 치자면 일본이 가장 어렵고 영국이 그 뒤를 잇고 미국도 어려움이 상당하다. 나라의 어려움만큼 국수적이고 폐쇄적인 보호주의 경제정책의 도입이 강하다. 이 경향성은 현재의 선진국들의 어려움 범위나 규모로 보아 아주 오래갈 공산이 크다.


우리나라는 요즘 사회지출의 규모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역사적인 숙원의 문제도 여기서 본질을 도려내려고 한다. 또한 인권의 법률적 기반도 더 강화하려고 한다. 이 시간 현재 OECD 국가 중에서 경제문제에 대한 집중도가 사회나 정치 이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나라는 선진권에서는 우리가 유일하다. 물론 그만큼 여타 선진국에 비해 사회정치의 수준이 덜 선진화되고 덜 진보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우리가 수출이나 재정이나 외환 등의 면에서 이제까지 국가적인 경제사정이 여유가 있어서 그런 정부의 비경제적 사안 중심의 선택이 가능했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 감지되는 글로벌 시장의 신호는 아주 엄중하다. 지금 미국의 제조업지수가 더 내려가고 중국의 생산이 더 가라앉으면 우리의 무역수지도 곧 다시 적자로 갈수도 있다, 만일 여기서 우리가 다시 무역수지 적자로 가면 그 충격은 증시와 부동산시장을 강타하고 중소기업의 부도율 증가로 갈 것이다.


만에 하나 이런 일이 생긴다면 그 어떤 개혁의 명분이나 평화의 가치로도 지금 같은 사회 개혁적 중심의 진보적인 정부 운영은 불가능하다. 서민들의 민생이 가장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이제 우리는 다시 우리만의 방식으로 사는 나라로 돌아갈 수도 없다. 그러기에는 개방과 교류의 나라로 너무 많이 왔다. 정작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이 하던 자유무역의 존중과 협력과 공생의 국제경제 질서를 회복하는데 새로운 전형과 자명함이 되어야 하겠다. 지금 우리 뒤엔 우리의 기적을 믿고 따르는 후진국이나 개도국들이 있다.

 

엄 길 청/Global analyst/글로벌경영평론가/국제미래학회 미래경영위원장

 

 

[저작권자ⓒ 경남세계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세계타임즈 구독자 여러분 세계타임즈에서 운영하고 있는 세계타임즈몰 입니다.
※ 세계타임즈몰에서 소사장이 되어서 세계타임즈와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합시다.
※ 구독자 여러분의 후원과 구독이 세계타임즈 지면제작과 방송제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

세계타임즈 후원 ARS 정기회원가입 : 1877-0362

세계타임즈 계좌후원 하나은행 : 132-910028-40404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 구독자 여러분의 후원과 구독이 세계타임즈 지면제작과 방송제작에 큰 도움이 됩니다.

세계타임즈 후원 ARS 정기회원가입 : 1877-0362

세계타임즈 계좌후원 하나은행 : 132-910028-40404

후원하기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