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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우리는 헌법개정을 통해 무엇을 이룩하려는가를 성찰해야 한다. 헌법이 담고 있는 국민적 합의(컨센서스, consensus)를 잘 조화시켜 우리 사회를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진정한 의미의 헌법개정이다.
헌법개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 앞에 놓인 장막, 즉 벽을 없애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지금 우리는 세대 간의 벽, 경제적 격차의 벽, 지역 간의 벽, 사회의 벽, 정치적 이념의 벽 등, 그리고 무엇보다 남북의 벽이 가로 놓여 있다. 모든 벽을 허물어버린 토대 위에 새로운 집을 건설하기 위한 작업이 바로 헌법개정인 것이다.
이러한 기본 생각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헌법개정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헌법개정은 통일을 기초로 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3월 26일 정부가 제출한 헌법개정안을 보면 통일을 위해 근본적이고 원천적인 개정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현행 헌법 제4조는 “大韓民國은 統一을 指向하며, 自由民主的 基本秩序에 입각한 平和的 統一 政策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의 개정안은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바탕을 둔 평화 통일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한다”는 것이다. 현행과 정부 개정안을 비교하면 한자를 한글로 바꾸고, “基本秩序에 입각한 平和的 統一”을 “기본질서에 바탕을 둔 평화 통일”로 바꾸어 현대적 표현인 자구 수정뿐이다.
이것은 현 정부가 통일에 대한 새로운 국정 철학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지금의 남북화해나 관계진전은 단순히 북한이 필요에 따라 대화에 응했고 즉흥적 상황대처를 잘했기 때문인가. 제발 그것이 아니길 바란다. 현 정부는 기본적으로 통일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정부의 헌법개정안에서 통일의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정이 필요하다. 간단히 말하면 제4조에 “자세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라는 문구를 삽입해서 통일 정책에 대해 국회의 통제, 궁극적으로 주권자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모든 권력기관과 제도에 대해 주권자 국민의 통제가 가능하도록 새로운 집(헌법)을 설계해야 한다. 현재의 헌법 체계로는 주권자 국민이 많은 민주적 절차와 실행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가령 국회의원을 선거로 선출하는 것은 주권자 국민의 민주적 절차다. 그러나 선거와 다음 선거 사이의 4년 동안은 국민이 국회의원을 제재할 아무런 장치가 없다. 다만, 불법을 저지른 국회의원에 대해 사법부의 판결만이 국회의원직을 박탈할 수 있다.
문제는 사법부에 대한 주권자 국민이 통제할 민주적 절차가 없는 것이다. 흔히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는 것인데, 국민이 완전히 배제된 비민주적 주장이다. 물론 법은 입법부 국회가 제정한 것이다. 이는 법관이 법에 따라 판결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한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법관에 대해 국회는 탄핵소추로서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 문제가 대두된 전임 대법원장 때의 사법농단을 보면 현행 헌법의 사법체계에서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되어 있다. 사법부 독립이란 명목 아래서 대법원이 불법을 자행해도 국민은 전혀 이를 통제할 수 없다. 제일 안타까운 일은 “KTX 해고승무원들”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다. 이제는 미국과 같이 판사도 국민이 선출해야 한다. 또다시 권력기관이 국민을 우롱하는 일을 없애는 것이 헌법개정의 둘째 이유다.
조규상 박사(재정경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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