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미국 우선주의’ 에 흔들리는 ‘한·미 가치동맹’, 국익 돌파구 찾길

편집국 / 기사승인 : 2022-09-16 12: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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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The Inflation Reduction Act)’의 일방적 시행으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 문제를 풀기 위해 한국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과 미국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지난 9월 7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서 만나 한국과 미국이 ‘양자 협의 채널(Engagement channel)’을 꾸린다고 양측이 밝혔지만, 실질적 해법은 요원하기 그지없다.

미국이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기술 공급망을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정책을 가속화하면서, 한국 기업들이나 한국 투자를 고려하던 외국 기업들이 미국으로 향하는 흐름도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이 한국으로 향하던 7조 원 규모의 투자를 자국으로 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월 6일 지나 러몬도(Gina Raimondo) 미국 상무장관이 한국 투자를 검토하던 대만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인 글로벌웨이퍼스를 설득해 미국 텍사스주에 신공장을 유치한 일화를 소개해 충격을 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나 러몬도(Gina Raimondo) 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반도체 산업 육성법인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을 설명하면서 한국 등 외국 반도체 기업을 겨냥해 “중국에 투자하면 지원금을 회수하겠다.”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지난 6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신규 공장 투자처를 찾던 대만 기업 글로벌웨이퍼스의 도리스 수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에서 공장 건설 비용은 미국의 3분의 1”이라고 밝히자 즉석에서 “거기에 맞춰 비용을 덜어주겠다.”라고 약속, 투자를 끌어냈다고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자랑’했다. 실제로 이 기업은 50억 달러 대미 투자를 결정했다. 바로 전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도 지난 9월 5일(현지 시각) 연설에서 “전 세계 제조업체들이 미국으로 오고 있다.”라며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을 자신의 대표적 치적으로 내세웠다. 동맹이라도 국익은 또 다른 문제라는 냉엄한 현실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그야말로 ‘한·미 가치동맹’이란 가면 속에 감춰진‘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한국이 입는 피해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국익 우선의 통상 전략’ 마련이 발등의 불로 시급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세계 3위 웨이퍼업체 글로벌웨이퍼스가 당초 독일 기업을 인수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대안을 찾기 시작한 것은 올 2월경이었다. 그때만 해도 한국은 공장 건설비가 싸다는 점 때문에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미국 상무장관이 7조 원 투자를 위해 뛰는 동안 한국은 해당 업체와 접촉하고도 신기술 이전 효과가 없고 보조금 요구가 과도하다는 이유로 미국에 비해 적극적인 유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는 그동안 ‘안미경중(安美經中)’에서 벗어나 경제 분야까지 포괄한 ‘한·미 가치동맹’의 큰 틀에 지나치게 안주했거나 미국만 너무 믿어온 치둔(癡鈍)의 우(愚)는 없었는지 뒤돌아볼 일이다. 결국 대만의 반도체 회사 글로벌웨이퍼스는 미국 신공장에서 최대 1,500명을 고용하고 매달 120만 개의 웨이퍼를 만들 예정이다. 일자리 창출 효과는 물론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라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일자리 하나가 아쉬운 마당에 한국 정부는 어느 선까지 나서서 어떤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이 중국과 경쟁하는 첨단기술 분야에서 자국 기업들을 지원하고, 해외 기업의 공장을 미국으로 흡수하는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이처럼 한국 등 동맹국들이 입는 피해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정책에 따라 삼성전자, 에스케이, 현대자동차 등이 수십조 원 규모의 미국 투자를 발표하면서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空洞化)와 일자리 소멸 등에 대한 우려도 터져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되어야 한다.”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정 때문에 한국산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고, 미국 자금을 지원받아 공장을 짓는 반도체 기업은 “10년간 중국에서 첨단 공정 시설을 지을 수 없다.”라는 규정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져 있다. 물론 ‘한·미 가치동맹’을 비난하는 중국 측 비판이기는 하지만 “한국에 등을 찌른 미국의 칼날이 미국의 ‘가치동맹’을 산산조각 내다.”라는 지난 9월 3일자 중국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의 비판 사설이 자꾸만 생각나게 한다.

전 세계는 지금 기업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각국 특히, 미국, 프랑스 등은 규제를 풀고 세제 및 인프라를 지원하면서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고 대통령과 장관이 앞장서서 투자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나라 경제를 키우기 위한 경쟁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이나 다름없다. 미국은 지난 6월말 워싱턴에서 열린‘실렉트(Select) U.S.A 서밋’ 행사를 통해 590억 달러의 투자와 5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유치했다. 프랑스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를 초청해 대통령과 장관이 나서 투자를 권하고 있다. 일본은 총리 직속 투자 유치 기관에 반도체 기업 지원용 자금 6조 원을 조성해둔 상태다. 아일랜드도 브렉시트로 영국을 떠나는 글로벌 금융사 유치에 발 빠르게 나서서 135개 글로벌 금융기관의 유럽 본부를 유치했다. 이러한 데도 미국 의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조차 모르고, 한국에 오려던 기업을 빼앗기면서 ‘경제안보’를 외쳐봐야 헛소리일 뿐 아무런 소용도 없다. 너무나도 안일하고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시는 우리에게 올 기회조차 다른 나라에 눈뜨고 빼앗기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국가역량을 총 집중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전기차 보조금 제외 사태를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안하무인격 도전에 대응해 우리의 통상 전략을 새로 가다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첨단기술과 시장의 필요성을 고려해 미국과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되 한국의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확대 등 국익을 우선 고려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이 부담은 동맹과 나누려 하면서 이익은 독식하려는 흐름에 대해서는 우리와 같은 문제에 봉착한 유럽연합(EU)이나 일본 등과 공조해 분명하고 꾸준하게 문제를 제기해나가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개정에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결국, ‘미국 우선주의’에 흔들리는 ‘한·미 가치동맹’의 안정화와 국익을 위한 돌파구를 서둘러 찾아야만 한다.

정부는 9월 중순 열릴 유엔총회를 계기로 전망되는 한·미 정상회담과 9월 하순 방한 예정인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미국 부통령과의 만남에서도 미국에 한·미 FTA 준수 요구와 동시에 한·미 가치동맹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도록 설득력 있는 강도높은 주문과 함께 강력하게 촉구해야만 한다. 이번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부통령 방한은 위기이자 기회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입법됐다고는 하지만 시행령이 만들어지는 연말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2025년 현대차가 미국 공장을 짓기 전까지만이라도 시행유예를 두는 것도 한·미 양국은 모두 유의미한 ‘윈윈전략’이다. 미국의 전기차 차별은 단순히 개별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미래자동차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된다는 사실을 명찰해야 한다. 이번에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차별을 시정하지 못하면 앞으로 반도체 등 다른 산업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속출할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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