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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금은 여기서 다시 더 오르게 될까. 그리고 지금 왜 오르고 있는가. 금은 자고로 실물경제를 반영하는 생산자산이 아니라 금융상황과 통화환경에서 나오는 거래용 자산의 성격이 강한 이른바 대용자산이다. 그 자체가 산업소재로도 일부 쓰이긴 하지만 대부분 자산가들이나 금융회사의 포트폴리오 헤징 투자나 재정이익 투자용이 더 많다. 즉 경제가 혼미하거나 시장이 어려울 때 주로 손을 대는 안전상품이기도 하다. 또 현금을 관리하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돈을 풀어서 공연히 인플레 소지가 생기면 자산가들이나 금융투자회사들은 주로 금을 통해 인플레 헤징거래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때 실제의 금의 수요가 늘어나 금값이 상당히 오른 때도 있었다, 바로 중국이 성장세를 발휘하던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중국의 실수요자들이 자산투자용으로 사들이는 매수세가 강한 시기였다.
그러나 당시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양적완화로 돈이 크게 풀리고 시중금리가 계속 내려가고 물가도 하락하는 디플레 우려가 생기면서, 또 중국이 다시 성장세가 꺾이게 되면서 금은 크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금이 지금 꽤 오른다. 평소에 금을 전문적으로 투자하고 전담하여 분석하는 입장에서는 이제 본격적인 금의 주도시대가 온 것으로 보이기도 할 것이다. 이미 꿈이 부푼 사람들은 금보다 가격이 싼 은 인덱스로 눈을 돌려 벌써 은값이 더 많이 오르고 있다.
의미 있는 가격추이는 2019년 6월초에 1,300달러를 돌파한 후에 11월, 12월에 주춤하다가 지금까지 새해 들어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금이 1,300달러를 넘긴 것은 아주 큰 사건이다. 이 가격은 2013년 중반에 하락하여 진입한 이후 6년간을 돌파하지 못한 장기 저항선이기 때문이다. 금을 장기보유한 전문투자가들은 대체로 이 가격대부터 아마 투자금액이 본전이 되기 시작하는 가격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들 전문투자가의 투자신용이 살아나서 레버리지투자가 다시 등장하게 되고, 이들은 어렵게 만든 시세탄력을 이어가고자 하는 반발매수세들을 규합하여 시장을 이끌고자 한다.
그런 와중에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갑자기 나타나고 여전히 미중간의 무역 갈등도 앙금이 남은 것 들을 생각하면 금은 상대적인 안전자산으로, 또 새로운 대안투자로 더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고 있다. 우선 현금 중에서 시중금리가 움직여도 크게 미동하지 않는 돈들이 많다. 물리학에 초임계유체(supercritical fluid)란 것이 있다. 임계치를 넘기면 물질의 상전이(phase transition)가 나타나지 않고 그대로 성질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지금 기하급수로 돈을 버는 기업과 투자자들이 많다. 특히 정보통신 분야는 그 산업기술 안에서 생기는 막대한 이익이 다시 그 분야나 연관 산업의 새로운 R&D 투자로 들어가거나 소위 그 상(phase)이 변하지 않은 채 다시 수익을 강화하는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이런 일은 산업혁명기에나 가능한 일이다.
다시 말해 앞으로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분야는 외부로 인플레 압력을 주지 않으면서 자기기술의 진화와 이익의 개선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형태의 산업혁명이라면 금이나 원자재로 투자이익을 주지 않으면서 과학기술의 범주에서 새로운 투자가 일어나고 자산가격들이 해당 기업의 주가나 대도시 부동산 등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원래부터 현금을 많이 가지고 기술혁신에 투입하는 선도기업들이 계속 나오는 이익으로 현금이 더 손에 들어와도 금이나 원자재를 압박하지 않고 기술혁신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가 나오면 앞으로의 금의 투자수익률은 일정한 범주를 벗어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아마도 금값이 온스당 1600-1700 달러대에서 강력한 매물대를 만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설령 이 가격대를 종국에는 넘긴다 해도 상당한 시간을 경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1,600달러 위에서는 추격매수가 그리 서둘 일은 아니라고 본다.
8천만청지기엄길청/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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