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더 높아진 가계대출 문턱, 시장 불안은 잠재우되 실수요자 피해는 없어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6-04-03 19:2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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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가계대출 문이 더 좁아지고 문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 시장의 안정을 위해 불퇴전(不退轉)의 총력전(總力戰)을 강력히 펼치고 있는 정부가 다주택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 지역 아파트의 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오는 4월 17일부터 원칙적으로 불허하기로 했다. 지난해 6·27 대책으로 다주택자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됐지만,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은 여전히 허용해 왔었다.

관행이라는 이유로 이어져 온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을 바로잡는 전향적(轉向的)인 조처로 자금줄이 막힌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도록 유도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의 발현이다. 아울러 올해 관리 대상 가계대출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전망치 약 4.9%의 3분의 1 이하인 1.5%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사업자 대출 또한 전면 점검해 대출금을 고가 아파트 구입 등 용도와 어긋나게 활용한 행위도 잡아낼 예정으로 ‘부동산과 금융의 절연’ 정책을 본격화(本格化)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1일 재정경제부,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을 위한 202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13일 엑스(X │ 옛 트위터)에서 관행적 다주택자 대출 연장에 문제를 제기한 지 약 한 달 반 만에 나온 대책이다. 이번 대책에 따라 다주택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 지역 아파트 담보대출의 만기 연장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해졌다. 금융 당국이 파악한 전체 만기 일시상환대출 규모는 1만 7,000가구에 약 4조 1,000억 원으로, 이 중 올해 만기도래분은 1만 2,000가구에 약 2조 7,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세입자가 있는 경우 임대차계약 종료 시점까지 만기 연장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지만 대다수 물량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을 위한 202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이란 제목에서 묻어나듯, 금융권 차입을 통한 아파트 투기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결연한 의지와 단호한 각오가 느껴진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4월 1일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기적 대출 수요가 주택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라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의 오명(汚名)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과감한 절연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번 가계대출 관리 방안의 초점이 부동산 투기 근절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금융 당국은 이같이 다주택자 대출 연장 불허와 함께 사업자 대출이나 ‘온라인 투자 연계 금융(P2P)’을 통한 우회적 주택 자금 마련 경로까지 차단했다.

이번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을 위한 202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가계대출 증가율을 2024년 말 1.7% 증가에서 0.2%포인트 낮춰 1.5%에서 총량 관리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2025년 88.6%에서 2026년 87.0~87.5%로 2030년에는 80%까지 낮춘다. 둘째,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의 수도권·규제 지역 아파트 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불허하되, 임차인이 있는 경우 등 일부 예외만 허용한다. 셋째, 사업자 대출의 용도 외 유용에 대한 제재를 대폭 강화한다. 부동산에 쏠린 유동성을 줄인다는 취지에는 절대적으로 공감하고 쌍수 들어 반기고 환영한다. 의당 시장 불안은 서둘러 잠재우되 실수요자의 피해로 이어져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이번 대책의 골자는 은행이 대출 공급 규모를 줄이라는 것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월별·분기별로 관리하면 은행들은 연간 대출 한도가 정해지는 연초부터 보수적으로 대출을 집행할 수밖에 없다. 한도 소진을 우려해 고(高)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선별하거나 우대금리 축소 및 가산금리 인상 등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당장 서민의 생계형 자금 대출이 막힐지도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월 12일 연 15%에 이르는 저(低)신용 서민 대출 금리에 대해 “잔인하다”라며 제도개선을 주문했다. 그 결과 총량 제한과 건전성 관리라는 이중 부담에 놓인 금융사들이 위험 부담이 큰 저신용자 대출부터 줄이는 선택을 취한 전례도 있어 이러한 우려를 불식할 수 없다.

지난해 ‘10·15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은 규제 지역으로 묶여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대폭 축소됐다.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폭이 32조 7,000억 원으로 전년 46조 2,000억 원보다 9조 8,000억 원(23.2%)이나 줄었다. 15억 원 미만 매물엔 6억 원 대출이 가능하지만, 나머지 금액을 현금으로 지불할 매수자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이런 마당에 대출이 더 어렵고 타이트(Tight)해지면 실수요자의 금융 접근권이 약화할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매물 잠김이 고스란히 임차인의 전·월세로 전가되는 것도 명약관화(明若觀火)해 경계해야만 한다. 이번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을 위한 202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으로 ‘레버리지(Leverage│지렛대)’를 활용한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등 부분적인 효과는 분명히 있을 수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전세 매물의 축소와 월세화를 야기(惹起)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정보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은 1만 6,788건으로 올 1월 대비 27.2%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월세 거래는 17만 7,115건으로 최근 5년 평균 대비 29.6% 급증해 ‘전세의 월세화’가 빨라지는 추세다. 아파트 선호 현상이 여전한 상황에서 다주택자를 압박해 매매 물량의 숨통을 틔우려다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과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는 결과를 낳는 치둔(癡鈍)의 우(愚)를 낳을까 심히 우려된다.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한 가계부채 감축은 불가피한 측면이 결단코 없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장, 교육 등 불가피한 사유의 ‘비거주 1주택’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인정하겠다고 한 것도 다행이다. 다만 일률적인 대출 규제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는 일은 결단코 없어야만 한다.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 가치는 다주택자·투기꾼 혼내주기보다 서민 주거 안정에 있음을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정책 대출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자금력이 떨어지는 실수요자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2.5%로 5연속 동결됐는데도 시장 금리와 조달 비용 상승으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3년 5개월 만에 7%를 넘어섰다. 중동 전쟁의 영향으로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가 시장 `금리를 밀어 올리는 누란지위(累卵之危)의 비상한 위기 상황이다. 실수요자뿐 아니라 기존 차주들의 이자 상환 부담도 가중되는 상황임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서울 집을 산 차주들의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지난 3월 23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서울 주담대 연체율은 0.35%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0.32%보다 0.03%포인트가 올랐다. 이는 2019년 12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전체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1개월 이상 원리금 상환이 밀린 대출의 비율을 뜻한다. 서울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021년 12월만 해도 0.09%에 그쳤지만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시장을 주도면밀히 예의 주시하면서 보완 대책을 준비해야만 할 시점이다.

부동산 문제는 따지고 보면 근본적으로 금융 문제로 귀의(歸依) 되기도 하다. 개인은 손쉬운 대출을 통해 주택을 투기 수단으로 삼았고, 금융회사는 주택담보대출을 안이한 이자 장사의 도구로 여겨온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부동산에 자금이 과도하게 쏠려 아파트 가격 급등과 경제 활력 저하를 초래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구조적 병폐를 바로잡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단호한 규제와 정책 일관성이 관건(關鍵)이다. 정부는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와 부동산 금융의 유인 구조 재설계도 추진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이라는 약속이 의지 표명에 그치지 않도록 정책의 엄정하고 강력한 시행으로 가시적 성과거양(成果擧揚)이 절실히 요구된다.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실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지역에 양질의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실수요자들이 은행 대신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을 기웃거리는 일은 없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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