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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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8월 8일 오후 5시를 기해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 중 기존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상향하고, 중대본 비상대응은 수위를 1~3단계비 중 기존 비상근무 2단계를 최고 단계인 3단계로 격상했다. 태풍으로 인한 비상근무 3단계 격상은 지난해 8월과 9월 사이 경상권에 막대한 인명·재산 피해(11명 사망, 1조 7,300억 재산 피해)를 끼친 태풍 ‘힌남노’에 이어 1년여 만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10일 오전 중 강한 세력을 유지하며 남해안에 상륙한 뒤 이날 수도권을 관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자연재해에 속수무책이었던 정부도 이번에는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 행정력을 총동원해 철저한 사전 점검과 유사시 현장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태풍 ‘카눈’은 8일 오후 3시 기준 일본 가고시마 남쪽 약 350㎞ 부근 해상에서 느린 속도로 북진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카눈은 10일 새벽 제주 서귀포 해상을 지난 뒤 이날 오전 경남 통영 부근 남해안에 상륙한 뒤 북진해 중부·수도권 일대를 거치며 전국 대부분 지역에 영향을 주고 11일 새벽 북한 쪽으로 넘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강도는 중심기압 970hPa(헥토파스칼)에 최대 풍속 35~37㎧의 ‘강’급 태풍이다. 기차를 탈선시킬 수 있을 정도에 최대 600㎜의 폭우가 예고돼 막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9일부터 11일까지 한반도 전역을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두는 최악의 경로가 아닐 수 없다. 피해를 최소화할 선제 조치와 총력 대응이 절실하다.
기상청은 2012년 경남 진주에 상륙해 2명이 사망하고 3,800여 명의 이재민, 3,600억 원의 피해를 낸 태풍 ‘산바’의 경로와 닮았다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카눈’은 ‘여름 태풍’으로 주변 고기압 세력에 막혀 이동 속도가 매우 느린 편이다. 이 때문에 태풍이 한반도에 오랜 시간 체류하며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까지도 나온다. 태풍이 서울 인근과 경기 동부를 지날 것으로 예상돼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 도시의 폭우·강풍 피해도 걱정된다. 농경지 수해·산사태뿐 아니라 낙과·바다 양식 등의 생업 피해, 도시기반 시설과 산업현장 피해까지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정부는 페탁(Willian J. Petak)의 이 말하는 예방, 대비, 대응, 복구의 재난관리모형 4단계의 전 과정에 걸쳐 한 치의 빈틈도 보여서는 안 된다.
재난관리는 「대한민국헌법」 제34조 제6항에서 규정한 대로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구체화하고 실행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다른 행정이 능률성의 원리가 작용되는 것과는 달리 모든 준비를 완벽히 갖추고 있다고 하더러도 그것들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을 때 가장 성공적으로 과업을 완수한 상태라고 할 수 있는 ‘경계성의 원리(警戒性의 原理 │ The principle of alertness)’가 작용돼야 하며, 모든 준비는 초과분 또는 잉여분을 내포하며 중복성과 중첩성이 인정되는 ‘가외성(加外性 │ Redundancy)’을 의미한다. 재난을 대비하는 과정은 필요 이상을 확보하고 또 그것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을 때 가장 이상적인 재난관리라는 해석이다. 마치 국방력을 제대로 갖추되 전쟁이 없는 상태가 가장 이상적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지나치리만큼 준비하고 과하리만큼 대비하고 무리하리만큼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태풍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으로, 바닷물의 따뜻한 해류로부터 증발한 수증기가 상승 기류의 압박을 강하게 받았을 때 나타나는 강한 비바람을 동반하는 기상현상으로 위도 5~25°, 수온이 27℃ 이상인 열대 해상에서 발생한 열대 저기압이 최대 풍속 17㎧이상에 이르면 나타난다. 우리는 지금 국지적 집중호우 등 극한 기상 현상이 일상화하는 ‘뉴노멀(New Normal │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표준)’시대에 살고 있다. 정부는 기후재앙 시대에 잦아진 극단적 기상을 ‘뉴노멀’로 상정하고, 재난 대비책과 대응 시스템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면밀한 맞춤형 핀셋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지난 7월 4일(현지 시각) 세계기상기구(WMO)도 동태평양 감시구역의 수온이 1℃ 정도 높게 나타나고 있어, 7월과 9월 사이에 엘니뇨(El Niño)가 발달할 확률이 90%에 달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난 5월 예측치보다 10% 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적도 지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0.5도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엘리뇨가 발달하면 우리나라는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올해 역시 비슷한 형태의 ‘극한호우'가 일찍부터 예고된 만큼 정부는 올여름 많은 비가 온다는 사실을 인식·통찰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올여름에만 집중호우와 폭염 등으로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지난달 ‘극한 호우’로 사망(47명)과 실종(3명)이 50여 명에 달하면서 12년 만에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였고 산사태와 댐 범람 등으로 이재민과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철저히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며, 무엇보다 인명 피해가 없도록 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카눈’이 한반도를 관통하는 과정에서 피해가 우려되는 취약 지역과 시설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장마 기간 동안 지속된 강우로 인해 이미 지반이 약해졌거나 기존 산사태 피해가 있었던 주변 지역은 적은 비에도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경계심을 늦추어선 결단코 안 된다.
또한 반지하 주택과 급경사지, 지하차도, 하천 변, 상습 침수지역은 물론 강풍으로 인한 낙하물 등 위험이 예상되는 취약지역이나 위험시설물에 대한 사전 대피와 현장 통제 그리고 안전관리가 실시간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다시 인재지변(人災地變)이니 관재지변(官災地變)이니 하는 후진국형 참사가 우리 사회에선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네 탓’이니 ‘내 탓’이니 하는 구차하고 비루하고 식상한 변명이 언론을 장식하지 않도롤 유연한 선제 대응에 총력 경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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