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세수 펑크의 재정 위기에도 ‘약자 지원’은 줄 감소하고 정략적 감세 경쟁만 가속

편집국 / 기사승인 : 2025-03-21 14: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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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대한민국이 2년 연속 세수 펑크(감소와 결손)로 나라 곳간에 비상이 걸렸는데도 여(與)·야(野)는 정략적 감세 경쟁에만 몰입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조기 대통령 선거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여(與)·야(野)가 앞다투어 중도층과 중산층 표심을 잡기 위한 감세 카드를 쏟아내고 있어서다. 지난 2월 13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5. 1월 국세 수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국세 수입은 336조 5,000억 원으로, 2023년 344조 1,000억 원보다 7조 5,000억 원(2.2%)의 세금이 덜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내수 부진의 장기화가 고착되는 가운데 ‘트럼프 관세 폭탄’까지 겹치며 우리 경제의 어두운 재정 위기 암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가운데 현 정부의 감세 정책으로 인한 세원 감소로 재정 적자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서민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2023년 56조 4,000억 원에 이어 2024년에도 30조 8,000억 원이 예산보다 덜 걷히는 대규모 ‘세수 펑크’가 2년째 이어지며 지난 2년간 무려 87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이 발생한 가운데 올해도 내수 부진에 대외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만큼 세입 여건 악화로 3년 연속 ‘세수 펑크’가 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생한 30조 8,000억 원의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복지예산 집행을 줄이고, 산재 노동자 지원을 위한 기금까지 끌어다 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해 최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분야에 써야 할 예산 6,000억 원 가까이 이례적으로 덜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17일 경향신문 보도와 기획재정부 재정정보공개시스템 ‘열린 재정’에 공개된 자료를 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예산(예비비 지출액+전년도 이월액) 7조 5,149억 원 중 7조 3,605억 원만 쓰고 1,544억 원은 집행하지 않았고, 기초생활보장 ‘의료급여’ 예산(기정예산+전년도 이월액)은 8조 9,377억 원 중 8조 4,376억 원만 쓰고 5,001억 원을 덜 집행했다.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의 두 미집행액을 합치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지원에 예산 6,545억 원이나 사용하지 않았다. 당연히 ‘기초생활수급자’의 삶은 피폐(疲弊)하고 곤궁(困窮)하며 궁핍(窮乏)할 수밖에 없다.

기초생활보장 급여는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의거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해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고자 실시하는 기초생활 보장제도의 대상이 되는 국민으로 소득이 중위소득 30% 이하인 저소득층이 지급 대상이다. 수급권자에게는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해산급여, 장제급여 및 자활급여 등이 지급된다.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 수급 대상 가구의 실제 소득 수준이 예산보다 높았기 때문에 가구당 받는 생계급여가 줄어든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미집행액이 연간 수천만 원에 불과했던 지난 정부 시절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많아 보인다. 정부는 복지 수준을 줄인 게 아니라 예측치와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입장이지만 의당 현 정부가 예산 절감을 위해 대상자 선정과 지급액 산정 등을 소극적으로 했을 가능성을 의심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

재정 건전성 제고를 위해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당연히 수시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경제 침체에 소득 양극화가 심각한 작금의 상황에서 당초 잡아놓은 기초생활보장 예산까지 쓰지 않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정부는 지난해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기금 돌려막기’를 하면서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를 보상하기 위한 산재보험기금에서 1조 6,000억 원을 빼내 세수 결손을 막는 데 사용하기도 했고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환경개선특별회계 등에서 1조 8,000억 원, 교통시설특별회계에서 1조 1,000억 원, 예금보험기금채권 상환기금에서 1조 원 등 5조 5,000억 원의 기금을 가져다 썼다. 주택청약저축 가입자들이 낸 돈으로 조성한 주택도시기금에선 기존 발표액(2조~3조 원)보다 많은 3조 2,000억 원을 전용했다. 교과서적인 비과세·감면 확대로 세입 기반 확충이 어려워진 현실은 더욱 뼈를 아프게 한다. 올해 국세 수입 총액에 국세 감면액을 합한 금액 대비 국세 감면액 비율은 역대 최고인 15.9%에 이를 전망이지만, 잠재성장률 전망치는 2.0%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잠재성장률 저하에 대한 우려가 한층 더 커졌고,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정책적 명분은 더더욱 확실해졌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19일 공개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전망’이란 제하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약 5%에 달했던 잠재성장률이 2024~2026년에 2%, 2040년대 후반에는 0.6%까지 낮아질 것이란 예측이 짙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3월 17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1%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했는데 공교롭게도 한국은행이 지난 2월 25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보다 0.4%포인트 낮은 1.5%로 제시한 것과 같은 전망치다. 재정의 핵심 기능 중 하나는 당연히 소득 재분배다.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가난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일이지만, 현 정부는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면서 저소득층과 노동자 복지를 오히려 줄였으니 완전히 거꾸로 가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당연히 국가와 정부가 왜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올해도 세수 여건이 녹록지 않다. 가뜩이나 내수가 어려운데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국제 통상 환경이 매우 불안정하기 이를 데가 없다. 지난 2년처럼 올해도 기업이 내는 법인세 등이 예상보다 감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법인세와 소득세, 상속세, 부동산세 등 거의 모든 세목에서 치열한 감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與)는 지난 3월 18일 부동산 양극화 해소를 명분으로 지방 다주택자 중과세를 폐지하기로 했고, 야(野)는 근로소득세 과세 표준구간을 끌어올려 근로 소득자 1인당 평균 15만 원을 깎아주기로 했다. 지금은 감세 아닌 증세를 해야 하고, 시급히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저소득층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안전망을 확충해야만 할 시점이다. 그러한데도 불구하고 상속세 공제액 상향을 포함해 여야는 상속세·부동산세·근로소득세 등 전방위 감세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이미 심각한 세수 부족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여(與)당 제안대로 기존 유산세 방식에서 각 상속인이 실제 취득한 유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하면 대략 2조 원의 세수가 줄어들게 되고 야(野)당 제안대로 근로소득세를 2009년 이후 16년째 150만 원으로 유지된 기본공제 금액을 180만 원으로 올리고 소득세를 물가 변화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면 약 3조 원의 세수가 감소하게 된다. 그것이 내수 회복을 통해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참으로 어려운 시기임에도 여(與)·야(野)가 감세 경쟁으로 일관한 것은 조기 대선을 의식한 탓이다. 대선 승패를 결정할 수도권과 중산층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카드로 보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건전 재정을 외쳤음에도 지나치게 낙관적 경기 전망을 바탕으로 한 감세 추진으로 세수 결손을 초래한 것은 반면교사(反面敎師)할 일이다. 균형 잡힌 세원 확보 방안 없이 포퓰리즘(Populism)에 영합(迎合)되어 감세 정책만 쏟아낸다면 이는 송두리째 정부 부채 증가로 이어가게 되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 국민에게 돌아감을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작금의 불확실성이 장기화하고 저성장 국면이 지속하는 경제 위기에서 감세는 경제 활력을 자극하기 위한 효과적 선택임은 분명하다. 하지면 확실한 비전과 대안없이 근로·사업·투자 활동의 의욕을 고취하면서도 비과세 감면 조치를 축소해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국제통화기금(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정부가 견지해온 ‘넓은 세원과 낮은 세율’의 조세 기본 원칙까지 허물고, 상속세 개편에서도 가장 중요한 핵심인‘최고세율 인하와 대주주 할증 폐지’는 제외하여 경제 활력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3월 국회에서 20조 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이 추진되고 있다. 올해는 1.5% 저성장이 예고되고 핵심 산업인 반도체 수출은 범용 메모리 반도체 고정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그동안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지난 1월 96억 달러로 전년 대비 3% 감소했다.

설상가상(雪上加霜) 석유화학산업은 중국발(發) 과잉생산으로 쑥대밭이 되었고, 자동차 산업도 지난 1월 17.8%나 증가해 4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은 했지만, 미국발(發) 관세전쟁으로 인해 법인세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국고보조금도 줄줄 새고 있다. 지난 3월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고보조금통합관리망(e나라도움)’의 ‘부정징후탐지시스템(SFDS)’을 활용해 추출·점검한 결과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1년간에 집행된 보조사업 중에서 부정으로 의심되는 보조사업 8,079건 중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적발 건수는 총 630건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금액으로는 493억 원에 달했다. ‘눈먼 돈’이라고 지탄받아 온 보조금 누수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소상공인 지원, 사회안전망 구축 등에 요긴하게 쓰여야 할 돈이 부당하게 유용(流用)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부정수급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신고 포상금 제도도 확대해 부정수급을 발본색원(拔本塞源) 뿌리 뽑아야만 한다. ‘세수 펑크’가 심각한 현 상황에서 나랏돈은 단 1원이라도 허투루 쓰이게 해선 결코 안 된다. 곳간이 비면 적자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적자가 쌓이고 누적되면 국가 재정은 당연히 엉망진창이 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왜 누울 자리 보고 발을 뻗으라 했는지를 곱씹어 생각해봐야 한다. 감세도 좋지만 새로운 세수 확보 방안 도출도 적극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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