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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청소년 도박 및 대리입금 설문조사’는 온라인 설문 형식으로 지난 5월 17일부터 약 3개월간 진행됐으며, 서울 지역 초·중·고교생 및 학교 밖 청소년 등 총 1만 685명(남자 49%, 여자 51%)이 참여했다. 경찰이 청소년 온라인 도박과 관련한 실태조사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응답자 중 157명(1.5%)은 “도박을 한 경험이 있다”라고 대답했고, 1,069명(10.0%)은 “친구가 도박을 하는 걸 본 적 있다”라고 응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처벌에 대한 두려움 등 때문에 도박을 해봤다라고 답변한 학생은 적었을 것”이라며 “실제로는 이보다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특히, 도박에 빠진 청소년 157명 중 대부분은 중학교 때 처음 도박을 시작했다. 이들 도박 중독 청소년 중 78명(49.7%)은 중학교 때 처음 시작했다고 밝혔고, 고등학교 때 처음 시작했다는 응답자는 35명(22.3%), 초등학교 5, 6학년 때 시작한 이들은 23명(14.6%)이다. 초 1∼4학년 때 시작했다는 이들도 있었고 나머지는 학교 밖 청소년들이다. 벌을 받을까 봐 거짓으로 응답한 학생이 상당수 있을 수 있어 도박 중독 청소년실태는 훨씬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 도박을 해 본 청소년 중에선 남성(86%)이 여성(14%)보다 더 많았다. 도박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친구·지인의 권유가 38%로 가장 많았고 이어 친구 등이 이익을 얻는 것을 보고 난 후라고 응답한 비율이 30%, 인터넷 도박 광고를 본 경험이 9%로 뒤를 이었다.
도박을 해본 청소년의 57%는 용돈이나 부모의 도움으로 도박 및 빚 변제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고, 친구 등 지인 간의 금전 거래가 16%에 달했으며, 아르바이트 등을 통한 방법이 10%로 뒤를 이었다. 금품 갈취나 중고 거래 사기 등 불법적인 방법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4%에 달했다. 도박을 계속하는 이유로는 용돈을 벌기 위해서가 40%로 가장 많았다. 돈을 따는 것에 대한 쾌감이 18%, 주위 친구들이 다해서가 8%로 그 뒤를 이었다. 도박으로 생긴 문제점으로는 ▷채무압박(15%), ▷정서적 위축 및 두려움(12%), ▷부모와의 갈등(10%), ▷학업성적 저하(10%), ▷형사처벌(5%) 등의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고 답했다. 도박을 그만두고 싶다고 응답한 비율도 74%에 달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도박자금을 마련하려고 불법 사채를 빌리는 청소년도 적지 않았다. 소셜미디어로 청소년들에게 접근한 뒤 단기간에 소액을 빌려주고 20∼50%의 수고비 명목의 이자를 뜯어내는 이른바 ‘대리 입금’의 폐해도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 중 0.6%에 해당하는 65명이 ‘대리 입금’을 직접 경험해봤다고 답했다. 친구나 지인이 ‘대리 입금’을 하는 것을 목격한 학생도 236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2.2%를 차지해 응답자 36명 중 1명꼴로 ‘대리 입금’으로 돈을 빌렸거나 이를 목격했다고 답한 것이다. ‘대리 입금’을 경험한 응답자 중 37%가 ‘지각비’나 ‘수고비’ 등으로 고금리의 이자를 요구받았다고 답했다. 과도한 개인 정보 요구(29%)나 폭행·협박 등 불법 추심(12%)을 당했다. 동아일보 기사에 의하면 도박으로 2,000만 원을 탕진한 서울의 한 고교생은 ‘대리 입금’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300만 원을 빌렸다가 빚이 1,000만 원으로 불어났고, 아버지까지 추심을 당했다고 한다.
청소년 도박 및 ‘대리 입금’은 우리 사회의 미래인 청소년과 그 가정을 파괴하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청소년은 아직 가치관 형성이 미흡하고 또래 문화의 영향을 쉽게 받기 때문에 도박도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번 설문에서도 친구·지인의 권유 등으로 도박을 시작한 사례가 대부분이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우리 속담에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한다. 도박 중독 청소년은 성인이 된 뒤에도 헤어나오지 못하거나 정서적 어려움을 겪게 될 우려가 클 뿐만 아니라 도박 중독은 또 다른 범죄로 이어져 청소년의 미래를 망친다. 도박을 경험한 학생의 4%는 금품 갈취나 중고 거래 사기 등을 통해 도박비를 마련했다고 답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도박자금을 마련하려고 청소년이 온라인 도박장을 개설하거나 도박 프로그램을 판매하기도 한다. 오락으로 알고 시작했지만 스스로조차 모르게 범죄의 소굴에 빠져든 도박 청소년들이 스스로 도박의 위험을 인식할 수 있도록 일찍부터 철저한 도박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가상 화폐를 주며 꾀는 불법 도박 사이트가 게임인 줄 알고 시작했다가 도박에 빠져드는 청소년이 적지 않음을 각별 유념하고 청소년들에게 도박자금 빌려주는 파렴치한 불법 사이트 운영자를 엄벌해 도박에 빠질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고 발본색원(拔本塞源)해 척결해야 한다. 경찰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맞춤형 예방 교육을 실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17일까지로 예정된 ‘청소년 도박 근절 릴레이 챌린지’ 운영 기간을 1달 더 연장하고 학교전담경찰관(SPO)의 전문성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불법 도박사이트들은 성인인증 없이 이름, 전화번호, 계좌정보 등만 입력해도 간단히 가입을 할 수 있어 누구든지 손쉽게 도박을 접할 수 있고 호기심과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 있는 구조다. 청소년 불법 도박 문제가 더욱 심각한 이유는 단순히 도박 중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2차 범죄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소액으로 시작했다가 베팅하는 액수가 점점 커지게 되고, 결국은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모님 몰래 불법 사채를 사용하게 되고, 이 불법 사채가 산더미처럼 불어나게 되며, 결국 불어난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사기, 절도, 보이스피싱 등 범죄의 수렁에 가담하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엮이게 된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가정·학교 등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애정 어린 관심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평범한 소년이 소년범이 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청소년 불법 도박의 위험성에 대한 깊은 우려와 함께 큰 관심을 지니고 전방위적으로 청소년을 지키는 것부터가 청소년 도박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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