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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상 박사(재정경영연구원장) |
청와대는 8월 22일 오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이하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상당히 당황하고 반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경제와 안보는 다르게 봐야 한다는 것이 일본의 논리다.
한편, 우리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일본이란 적을 앞에 두고 분열은 옳지 못하다. 다만, 청와대가 이번 결정에 앞서서 국회와 국민에 대해 안보를 위해 강력한 의지 표명과 동의가 필요했다. 설명 부족이 여러 오해를 불러온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여파에 대해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한일 관계뿐만 아니라 미국과 북중러를 포함한 동아시아 세력 구도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기 때문이다.
먼저, 한국 정부는 일본과 수출제재 조치에 대해 어떻게든 대화로 풀려고 했다.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에서 일본에 대한 대화촉구의 유화적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일본은 일체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21일 중국에서 만난 한일 외무장관 대화에서도 동문서답이었다. 한국 노력에 일본은 일체 호응이 없었다. 그러므로 지소미아 종료가 결정되었다. 한일 간 경제협력이 없으면 안보협력이 없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다. 한편으로 재검토의 여지도 남겨두었다.
일본의 반응이다. 경제와 안보를 왜 결부시키느냐, 잘못된 결정이다. 어디까지 가려고 하느냐 식이다. 극단적으로 국교단절까지 가자는 강경한 주장도 있다. 미일협조가 강고하므로 지소미아 나아가 한국협정 파기라도 일본 안보는 문제없다. 또한, 이번 파기로 일본이 잃을 것은 별로 없다. 한국이 미국을 중재시키려는 계산에서 나온 조치다.
한국 정권은 내년 총선거를 위해 반일을 강하게 나온다. 일본 정부는 대화의 절박감이 없다. 이런 와중에도 지금까지 침묵했던 새로운 인물들이 발언하며 여론 전면에 등장하기도 한다.
한국과 일본이 모든 주장은 팽팽하게 맞서 있다. 양국의 입장이 접점을 찾을 수 없는 상태에서 대화의 장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징용판결 문제가 지금까지 가식으로 덮고 있던 한일관계의 가면을 벗겼다. 결국 양국은 막장까지 갈 것처럼 보인다.
미국은 한미일 안보 공조체제의 균열 조짐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재 역할이 미국 국익에 결정적인 영향이 없으면 미국 정부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단지 미국의 고위관계자나 언론에서는 한일관계 악화에 대해 민감히 반응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번 한국 정부의 결정은 한일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일단은 한일 양국이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다. 이제는 양국이 보복전을 전개할 카드가 별로 없다. 최악의 경우에는 한일협정 파기라는 국교단절이 남았다. 적대국이 되는 것이다.
아베 정부는 이미 지소미아 파기도 철저히 대응했을 것이다. 한국에 대한 수출 제재를 발표할 당시에 안보상 이유를 든 것은 한국 정부가 함정에 빠져들길 은근히 기대한 개연성이 크다. 22일 청와대 발표로 아베 정부는 겉으로 당황한 표정을 짓고 속으로 웃고 있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안보상 적국으로 한국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본의 재무장을 위해서는 적대국이 필요하다. 더구나 미국의 뜻을 거스르는 형상으로 문재인 정부가 배척당하길 바라고 있다. 이미 일본 여론은 한국을 적으로 여긴지 오래다. 그것이 현실화한 것이다. 이제 아베 정부는 국민을 선동하고 합헌적 재무장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려는 로드맵이 완성되었다.
그러면 국교단절 이전의 마지막 카드를 쓴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가. 단순히 일본에 대해 대화를 구하고, 미국의 중재를 바랄 것인가. 이번 일련의 경험에서 보면 안보가 곧 경제란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 이번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든 치밀한 검토가 따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헌법의 제9장 경제 조항에 대해서도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조규상 박사(재정경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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