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성소수자뿐 아닌 '편견과 차별'

[기고] 소수와 다수, 날이 선 갈등의 나라 '한국'

백진욱 기자 | news@thesegye.com | 입력 2021-04-06 16: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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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훼손된 서울시장 재보선 선거 후보의 벽보, 여성신문 캡처) 

 

 

[세계타임즈=독자기고] 봄바람이 살랑이는 지난 주말, 약속을 위해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예상보다 빨리 떨어진 벚꽃잎들이 길 위로 하늘거리고, 잎들의 시선을 따라 담벼락 곳곳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들의 벽보가 붙어있었다. 그중 유난히 눈에 띄는 건 몇몇 후보들의 찢어진 얼굴.

 

가장 많이 훼손된 벽보는 페미니즘과 성 소수자 관련 공약을 남긴 한 여성 후보의 포스터였다. 뉴스를 검색해보니, 이 후보 측은 벽보를 훼손한 것에 대해 ‘유권자에 대한 위협’이라며 강경한 대응을 예고했다. 이쪽도 저쪽도 모두 날이 서 있었다.

 

따뜻한 봄날과는 달리 우리의 시대는 유난히 날카롭다. 몇 년 간 논란에 선 ‘성 소수자’에 대한 찬반 이슈는 그동안 곪아왔던 우리 사회의 상처를 보여준다. 성 정체성의 옳고 그름을 떠나, 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무지에서 나온 편견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물론 생소한 변화를 한 번에 받아들이는 것은 한계가 있겠지만, 함께 존재하고 있는 인간으로서 서로의 공생에 대한 논의를 멈출 순 없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소수자들이 참 많다. 이들은 원래 소수자로 태어났을 수도 있고, 가치관에 따라 소수가 되기를 선택한 것일 수도 있다. 지금의 사회는 ‘판단’ 이전의 ‘이해’가 절실하다. 옳고 그름을 나누기 전에, 선과 악을 따지기 전에, 같은 인간으로서의 이해 말이다.

 

성 소수자든, 소수 종교든, 소수 민족이든, 소수 가치관이든 어떤 집단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다수가 지배해온 사회 구조 안에서 한 번의 성숙한 대화 없이 서로를 비난하고 무시하기에 바쁘지 않았는가.

 

스스로 혐오하거나 배척했던 대상과 한 번이라도 대화를 인간다운 대화를 해 본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 용기가 이제는 절실하다.

 

지난 3월 29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고(故) 변희수 하사 사건을 두고 몇몇 시민이 토론을 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분명 토론장 내에서는 방송에 나온 장면 외에 서로의 예민한 시선이 오고 갔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의 입장에서 이런 시도는 계속돼야 하며, 좋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방송에서 토론에 참여한 자영업자 국용호(58, 남)씨는 자신의 지역, 종교, 학벌 등 세 가지에서 지금껏 차별을 당해봤다고 고백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4월 3일 방송 영상 캡처)

 국 씨는 "저는 전라도 출신인데, 과거 서울에 올라와 취업을 하려고 할 때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취업도 잘 안 됐었다"며 "종교도 마찬가지다. 나는 신천지 교회에서 장로 직분을 가지고 신앙을 하는데 주변에 개신교 분들을 만나면 애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욕하거나, 이단이라고 배척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학벌이 고졸이라고 무시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지금도 이 사회에 편견이 너무 많은 데, 앞으로 우리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이 사회에서 이런 차별들은 없애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참여한 장영숙(60대, 문화센터 강사)씨는 트랜스젠더에 대해 "아, (트랜스젠더 혹은 성 소수자 분들이) 가까이에 있구나. 뭐 뿔이 하나 더 달린 것도 아니고 표시가 나는 것도 아니고 (우리랑) 똑같구나"라고 말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4월 3일 방송 영상 캡처)

 

또 다른 토론자 이한결(트랜스젠더) 씨는 "(트랜스젠더가 된 것에) 후회는 없었냐"는 타 토론자의 질문에 "일단 후회를 할 영역이 없었다. 후회를 하려면 내가 선택한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선택한 것이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김겨울(트랜스젠더) 씨는 "트랜스젠더가 된 것을 후회한 것이 아니라, 태어난 것 자체를 후회한 적은 있었다"고 고백했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4월 3일 방송 영상 캡처)

 

최재형(30대, 회사원)씨는 "솔직히 말해 안좋은 인식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 토론의 시간을 통해 내 생각이 많이 틀렸었구나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참여자들은 대부분 평소 자기가 가지고 있던 생각에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러한 만남 없이 어떻게 우리의 날카로운 마음이 다듬어질 수 있을까. 이런 토론의 장이 더욱 활성화돼 더 다양한 ‘소수’와 ‘다수’가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꽃잎은 날카로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부드럽다. 따스한 계절처럼 우리의 마음도 겨울을 지나 조금 더 포근해지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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